헤아려본 은혜
계절의 여왕은 5월이라지만 11월은 여왕과는 색다른 느낌이 있어 좋다. 앞과 뒤의 달인 10월과 12월처럼 공휴일은 없지만 일찍 집에 들어가더라도 태양의 여운이 가득한 계절보다는 마음에 불편함이 없다. 귀가시간이 다가옴을 알려주는 이른 어둑함이 하나, 둘 켜지는 가로등과 함께 활기차게 느껴진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때론 마치지 못한 일들로 그 시간이 늦어질 때도 있지만.
서둘러 오는 밤을 맞아 저녁도 일찍 먹고 잠자리에도 일찍 들어야 할 것이다. 분주했던 일상 속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두 달여를 남겨 둔 올해를 가만히 돌아본다. 사랑하는 교회 지체들의 모습이 하나, 둘 떠오르면서 그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넘어지는 일이 수없이 많았고 앞으로도 그럴지 모르지만 다시 일어나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가 바로 나였으면 좋겠다.
‘의인은 일곱 번 넘어질지라도 다시 일어나려니와...’ 하나님께서는 잠언 말씀을 통해 의인은 일어나는 자라고 하신다. 넘어지지 않는 자가 아니라 다시 일어나는 자. “그렇다면 하나님! 저도 의인인거 맞죠?” 선하신 하나님의 미소가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을 따라 퍼진다. 올 해 받은 만남의 축복을 헤아려 보는 시간이 점점 깊어만 가고. 하나, 둘 떠오르는 기억을 따라 가슴 가득 은혜가 차오른다.
조수영B 집사(6여/ 큰사랑 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