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
누구에게나 엄마의 존재는 쉼을 주는 고향과 같다. 친정엄마는 나에게 믿음의 선배로, 기도의 동역자로, 때로는 애증의 관계로 계신다.
내 삶의 굴곡을 넘어갈 때마다 항상 엄마는 내 옆에서 손을 잡고 계셨다. 자식이 큰 수술을 할 때 물 한 모금을 못 넘기시며, 고통스러워하는 자식을 대신할 수 없어 가슴으로 눈물을 삭이며 기도하시던 엄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새벽 고통과 통증으로 밤을 지세며 혼자 이 악물고 버티다 문득 병실 문 밖 차가운 바닥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시는 엄마를 봤다. 기나긴 병마와 싸울 때 옆에서 힘이 되어준 엄마다.
자식은 결혼과 함께 부모를 떠나라고 하지만 중년의 나이를 지나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엄마는 딸자식의 큰 버팀목으로 지탱해주신다.
계절마다 제철 먹거리를 아들, 딸 집으로 갖다 나르시며 뭐 먹고 싶은 게 없냐며 또 물으신다. 연세도 있으시기에 그냥 좀 쉬시면 될 걸 그래도 자식 입에 좋은 거 하나라도 먹이시겠다고 바리바리 들고 오실 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에 친정 엄마에게 볼멘소리를 하게 된다. 이내 딸자식의 말에 서운해 하시는 엄마의 뒷모습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친정엄마는 늘 언제나 허기진 마음을 채우는 따뜻한 밥과 같다.
밝은 연두 빛깔의 나뭇잎들이 빛을 발하는 5월이다. 앞으로 몇 번의 5월을 친정엄마와 같이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당장 친정엄마에게 더 살가운 전화라도 해야겠다.
유치부 안선희 전도사